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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우] 천국과 지옥

2014. 12. 8.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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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가람] 이별학 개론

2014. 12. 4. 18:47








주은찬X청가람
이별학 개론





찬가람 현대, 대학AU 

폐차 은찬 주의

다정한 벤츠 은찬이 없어요...








“우리 헤어져.”
“여보세요?”
“헤어지자고 주은찬”
“가람아. 뭐먹을 지 정했어?”
“....”
“난 게살 볶음밥이 좋은데, 너도?”
“멍청아, 나 볶음밥 싫어해. 짬뽕시켜.”
“네, 여기 게살 볶음밥 하나랑, 짬뽕 하나요. 단무지 많이 주시구요.”
“주은찬!”
“아, 어. 그래. 미안. 아까 뭐라고 그랬어?”

 그래도 공짜 밥은 마다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마침 배도 고팠고, 단골 중국집 쿠폰을 드디어 40개나 모았다며 사주겠다는 주은찬을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조미료 맛이 팍팍 나는 불은 짬뽕을 먹으면서 가람은 후회했다.


 그냥 자장면 시킬 걸. 아무리 거저로 주는 짬뽕이라고 해도 맛이 없어도 너무 없잖아? 한 입 먹고 입맛이 싹 가셨다. 공짜로 밥까지 얻어먹고 해어지자고 말하는 게 미안했는데, 덕분에 당당하게 해어지자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람은 망설이지 않고 내뱉었다. 우리 헤어져.


"그래."
"나 장난하는 거 아니거든?"
"그래. 그러자니까."

주은찬의 대답은 쿨했다. 그래. 놀라기는커녕 평소랑 다름없는 표정을 하고 ‘그래’란다. 왜? 어째서? 무슨 일이야? 하고 물어보는 것 정도는 기대하며 이유까지 준비해 두었던 가람은 기가 찼다. 무릎 위에 단정히 올려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고작 그 한마디로 끝내고 다시 군만두에 집중하는 주은찬이 괘씸했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러냐? 나쁜 놈. 지금 나랑 밀당 하는 건가? 

아니면 이 자식 진짜 진심으로 나한테 아무 생각 없는 거 아니야? 

 사건은 일주일 전. 가람은 평소와 다름없이 은찬과 통화를 하며 집에 돌아가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람은 오늘 뭘 했는지, 별 일 없었는지.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가 어떠했고, 팀플 하기 싫다는 둥 시시콜콜한 사담을 주고받으면서 집에 가던 길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통화를 하고 가다가 가람이 은찬과 마주쳤다는 거였다.


 집에서 과제를 하는 중이라고, 수화기 너머로 말하고 있던 은찬이 시내 한 복판에 있었다. 집에서 학교 앞까지 순간이동을 했을 리는 없고, 과제 한다는 놈이 왜 번화가에서 얼쩡거리고 있느냐 하는 게 궁금하긴 했지만 가람은 딱히 개의치는 않았다. 오히려 이참에 깜짝 놀래켜나 주자고 생각했을 뿐.

 그런데 길 건너 은찬에게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순간, 가람은 한가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자연스럽게 여자를 옆에 끼고 당당하게 허리까지 안은 채로 제 쪽으로 걸어오던 은찬 때문이었다. 보통 친구나 가족끼리 친하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노골적이게 허리를 끌어 안는 법이 있던가? 


여전히 자신과 통화를 하면서, 맞은 편에 있던 여자를 옆에 끼고 걸어오는 은찬을 보면서 자신은 무슨 생각을 했던가? 그대로 머리가 싸늘하게 굳고, 힘이 빠졌다. 가람은 말없이 은찬과의 통화를 끊고 서둘러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혹시 오해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빨간 머리가 주은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시내라서 자신이 잘 못 본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주은찬에게 자신이 모르는 형제나 친적이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가람은 그것이 자신의 착각과 오해이길 빌었다.


 그런데 그날 밤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해 다시 전화를 했을 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어디서 굴러 먹다 온 건지도 모를 계집애의 술 취한 목소리였다. 


"주은찬 이 시발 개새끼야!"

그렇게 소리치고, 가람은 그 날로 은찬의 번호를 폰에서 지웠다. 





별 것도 아닌 데 왜 화를 내고 그래? 네가 우리 엄마라도 되?

 그리고 헤어짐을 통보하려 문자를 보내니 주은찬은 더 가관인 문자로 답을 해왔다. 그래. 시발 내가 왜 니 엄마겠냐 다 니 좆대로 해라. 굳이 따지면 틀린 말 하나 없는데도 가람은 은찬이 괘씸하고 미웠고 하늘 같은 자존심에 나버린 상처를 되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헤어질 땐 헤어지더라도 반드시 사과를 받고 이겨 먹겠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니 입에선 은찬에게 하는 욕이 신기할 만큼 줄줄 나왔다. 평소 다정하고 배려 깊던 태도도 하나하나 들춰보니 자신을 순 바보 취급하는 것들이었고 오늘이 아니더라고 계집애들과 도 친했던 것 같았다. 가람은 알고 있는 욕들은 죄들먹이며, 너 같은 가벼운 애 나도 싫다. 내가 뭐가 아까워서 너같은 거랑 계속 사귀겠냐.그냥 헤어지자 하고 소리 치는 데까지 갔다.

 그렇지만 사과를 받겠다는 마음은 굽히질 못해 다음 날 학교에서 헤어지자고 완전히 못을 박았고 건성이지만, 어쨌든 사과를 받고, 짬뽕 얻어먹고 헤어지고 끝. 



그렇게 처음 해 본 연애가 웃기지도 않게 끝이 났다.


*




"-그래서 헤어졌어."
"등신."
"시끄러!"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한테는 그런 말 듣기 싫거든? 이 멍청아! 채워진 잔을 들어 털어 넣으며 가람이 백건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눈앞의 백건은 어디서 개가 짓나 하는 표정으로 코웃음이나 치며 고기를 향해 젓가락을 놀릴 뿐이었다. 씨이, 이거 다 내 돈인데. 투덜거렸더니 보란 듯이 먹는 속도까지 빨라진다.


 가람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어느새 백건이 채워준 잔을 한 번 더 비웠다. 아, 쓰다. 소주가 원래 이렇게 썼나 싶을 정도라 코끝이 찡했다. 하긴 이 상황에서 술이 달 것도 없다.


 홧김에 해어지자고 했더니 주은찬은 아무 연락도 없고, 어디 하소연 할 데가 없어서 부른 게 백건인데 이놈은 기껏 불러서 배부르게 먹여 줬더니,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먹기만 잘 먹는다. 심지어 이참에 아주 뽕을 뽑을 모양인가보다. 

 무섭도록 먹어치우는 백건의 모습에 가람은 슬슬 지갑 사정이 걱정됐다. 이 사람인지 돼지인지 모를 놈은 돈도 많으면서 치사하게시리! 돼지 같이 처먹는 꼴이 이놈은 저번에 4명분의 술값을 모조리 덤터기 씌운 것에 앙갚음을 하려는 게 분명했다. 


"야 백건 이 식충아! 망할 자식! 멍청한 게! 그만 먹어! 그만 먹으라고! 내 얘기 듣고는 있냐? 야!!! 내가 너 고기 두 개 집지 말라고 했잖아! 이 돼지야! 니가 사람이야?!"

 결국, 백건이 알바를 불러 추가주문을 시키려는 것에 인내심이 폭발해 버린 가람이 꼬인 지 오래인 혀를 놀려 소리쳤다.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술이 들어가서 그런 건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눈을 찌를 듯이 얼굴에 대고 삿대질을 하자, 백건은 그제야 슬며시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듣는 시늉을 했다. 이 뻔뻔한 놈.

"주은찬 원래 그래. 내가 말했잖아 니 눈이 삔 거라고.말릴 땐 안듣더니 왜 이제와서 난리야?"
"고기 다 뱉어 새끼야."
"아, 그래. 청가람. 얼마나 속이 상했겠어? 그치? 그럼~우리 청가람이 어떤 놈인데. 주은찬이 다 잘못했네."
"그냥 나가 죽어 망할 자식.도움안되는 놈. 멍청이 아메바!"
"얼씨구. 야.아직도 그렇게 억울하면 이참에 주은찬 불러. 삼자대면해 삼자대면. 편은 들어줄게. 지금 전화할까?"
"하기만 해, 너 나한테 죽어! 야!!"


"가만 있어봐, 여보세요. 주은찬? 아 난데-"

[어. 빽건. 무슨 일이야?]


말리기도 전에 전화를 걸어버린 백건이 스피커폰을 켜 둔 탔에 가람은 속으로 욕을 곱씹으며 숨을 죽였다.


“지금 청가람이랑 나랑 만나서 한잔하고 있는데 2차 가려고 하거든?”


[...2차 어디로 가게?]


"거기 학교 앞에 았는 데-"

설마 오는 건 아니겠지. 가람은 가슴을 졸이며 스피커폰 너머 은찬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올 거야?"

[아니, 오늘은 안 될 것 같은데. 근데 거기 안주 맛없어. 참, 가람이보고 내일 물건 좀 챙겨서 택배좀 보내달라고 말해줘, 그럼 나 바빠서, 이만 끊을게.]

"씨발..."

 깔끔하게 끊기는 수화음을 들으며 가람은 무심하게 백건을 쳐다보았다. 

"....야, 청가람."
"뭐! 왜! 뭐!"

 여기 소주 두병 추가요! 울컥하는 무언가를 참고 삼키며 가람은 크게 소리쳤다. 
개새끼. 니가 거기서 무슨 안주를 쳐먹었는지 나는 알지도 못했다. 보나마나 다른 계집애들이랑 갔다왔겠지!



*


휘청휘청, 위태로운 갈 지 之자 걸음으로 걷다 멈춘 가람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도 한 움큼씩이나 보였다. 

씨이, 별도 저렇게 많은데, 나는 왜 혼자고, 
주은찬 자식은 왜 연락이 하나도 없냐구. 
아, 나 취하면 추위타는데. 
이게 다 주은찬 때문이야. 
주은찬 나쁜 놈,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나-쁜놈.

중얼거리자 여민 목도리 사이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생각해보니 목도리도 주은찬 거다. 은찬은 밥 먹었냐는 것부터 시작해서 별 시시한 것들에 까지 관심을 가지고 챙기려드는 다정함이 싫지 않았다. 매일 귀가 길에 소소하게 통화를 하는 것도 마음이 간질간질 거려 연애를 한다는 게 실감이 나서 좋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게 하룻밤 꿈처럼 사라졌다. 모든 게 후회스러웠다.


 정말로 해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 이미 헤어졌지만, 은찬에게서 아니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하며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오기로 이별 선언을 했던 가람의 마음은 이제 진흙탕에 구르고 있었다. 사실 지금도 조금은 거짓말 같아서, 은찬의 다정함에 기대하며 가람은 조금만 더 버티면 미안하다며 사과해 올 것만 은찬을 떠올렸다.

빨개진 코끝을 훌쩍이며 가람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었다. 아무 연락이 없다는 걸 알리듯 화면은 말끔했다. 은찬의 번호까지 꾹꾹 입력했지만 통화버튼 누르는 것을 망설였다. 전화를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결국 코너를 돌고 건널목을 지나갈 때 까지 가람의 소심한 망설임은 이어졌다. 

정말로, 조금만 더 있으면 먼저 전화든 문자들 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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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한(歲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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