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찬백건]

카테고리 없음 2015. 3. 18. 03:06

"수아누나, 너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그 목소리는 여상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음침한 구석이 있었다. 한 번 떠보려는 걸까. 아니면, 백건의 노란 시선은 불안하게 도로록 은찬을 향해 굴렀다. 은찬은 대걸레를 바닥에 받쳐 잡고는 턱을 괜채 먼산바라기 중이었다. 그러나 새카만 두 눈에선 아무런 의도도 읽을 수 없어서, 백건은 이런 은찬에게 어떤 식으로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인지 솔직히 말해 알 수 없었다.


"뭐, 그런가 보지..."


그래서 괜히 수선을 떨았다. 평소라면, 자주 그렇게 하듯이 조금은 밋밋한 그 외모를 놀리면서 잘난 척, 장난을 걸어 볼 텐데 그럴 수가 없다. 그런 것은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이럴 때면 꼭 계기가 되곤 하기에. 마음은 대단히 조심스러워져 건은 심드렁하게 대답을 했다. 


 은찬은 아주 잠시 고개를 돌려 건을 바라보다 다시 밀대를 잡았다. 젖은 물소리가 바닥을 치대며 닦는다. 앞, 뒤. 묘하게 절도있고 규칙적인 움직임이 반복될 때 마다 걷어붙인 셔츠 소매 아래로 은찬의 각잡힌 팔뚝이 보였다. 앞으로 힘이 실리다가, 다시 뒤로. 그때마다 대를 쥔 손과 팔에 힘줄이 돋았다. 큼지막하고 마디가 깔끔한 손과 오목한 팔목과 직선으로 뻗은 팔을 지나쳐 그 어깨에 이르는 곧은 선은 제법이 아니라 그냥 남자다웠다.  


 백건은 남자답게 으로 빚어진 듯한 그 선에 잔뜩 힘이 실리던 때를 기억한다. 지금 어른거리는 은찬의 팔뚝이 거침없이 뻗어오던 순간. 퍽 섬세하고 다정한 손이 목을 조르던 때에. 단 한 번도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돌변해서 달려들어 짓눌리고 잡아채여 숨이 막혀 아찔했던.



"....너무 예뻐서 그런가."

"...."


 너무 예뻐서.....두둥실 중얼거리는 그 달달한 목소리에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하긴, 어쩔 수 없을 법도 하다. 네가 이렇게 생겼으니까. 목소리가 속삭인다. 넓적한 손이 식은 뺨을 더듬는다. 은찬의 손은 열이 올라 뜨뜻했고 땀으로 미끌거렸다. 차라리- 쿡. 보드라운 살에 가해진 위협에 백건의 목이 빳빳하게 굳었다. 은찬의 손톱은 금방이라도 볼을 후벼팔 기세로 건의 볼을 찔러댔다. 볼, 그리고 입술. 목. 어깨. 얇고 단단한 손톱이 사선으로 내려간다. 피부를 가르듯이 천천히 그러나 깊게, 낙인을 새겨넣는듯한 움직임으로 송곳이 되어 그렇게.


"...주은찬"


 백건은  더듬더듬 은찬을 불렀다. 응, 건아. 애타는 부름이 못내 사랑스럽고 예뻤다. 은찬은 발 뒷꿈치를 들어 부릅뜬 백건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노란 두 눈이 결정처럼 바스라질 듯 흔들린다. 예쁘게. 


"앞으로 헤프게 흘리고 다니면 가만 안 둘거야."


 도수 없는 렌즈 너머로  투과된 두 눈의 불안한 기색 은찬은 못내 예뻤다. 예쁘고 무지한 짐승처럼 시선을 떨구고 파르르 속눈썹을 떨어대는 것을 보면 늘 이렇게 참을 수 없는 애정이 샘솟는다. 


"대답 해."

"응..."

"착하다."


 겁먹어 대답하는 게 사랑스러워 은찬은 입술을 그대로 부벼댔다. 조심스레 보드라운 입술을 벌려 빠끔히 벌어진 틈새를 혀와 손톱으로 비집는다. 삐죽 솟은 구석의 송곳니를 손톱이 긁고, 그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혀는 이뿌리 밑을, 더듬거리며 깊이 핥는다. 아직 감지 않은 노란 두 눈이 당황하여 그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목 뒤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것 같이 작게 소름이 돋았다.



*



"앗..,아윽..윽!"


귀두를 밀어넣자 잘 짜여진 등 근육이 한꺼번에 뒤틀렸다. 맥박치는 그 자태를 황홀한듯 눈으로 훑으며 은찬은 다시 한 번 뿌리 끝까지 밀어 붙였다. 그 다음엔 곧바로 내벽을 치댔다. 학. 높게 신음이 치솟는다. 등과 허리가 뒤틀리고, 휘고. 그러는 동안 뜨겁고 좁은 공간은 조금씩 넓혀지더니, 어느새 씹어 먹을 것처럼 깊은 안쪽으로 살덩이를 끌어 당겼다. 은찬은 백건의 뒷목을 잡고 누르며 숨을 쉬듯 움찔거리는 그 구멍의 틈새로 성기를 박아 넣었다. 젖은 살덩이가 잔뜩 주름 진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밀려나고 그 때마다 하얀 등이 뒤틀렸다.


허리만을 움직이던 은찬은 그것을 내내 빤히 쳐다보았다. 검붉은 음모가 흰 엉덩이에 비벼질 때 마다 하얀 거품이 묻어나왔다. 그 사이로 굵은 음경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너무나도 적나라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색 밝은 머리칼 아래로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귀가 보였다. 까드득 사정없이 테이블을 긁기 시작하는 손등이 하얗게 질려있다,


"흐응, 건아. 어떡..흐,누나가, 너, 진짜로...좋다 그러면,... "

"아니,..아흐,,,으...나...아..힉..!


허리를 느릿하게 뒤로 뺐다 다시 올려붙인다. 쾌감에 못이긴 백건은 고개를 젖히며 세차게 도리질을 쳤다. 삐걱삐걱 흔들리던 테이블 위로 몸이 무너진다. 씨발, 탄성을 내뱉으며 은찬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찧어댔다. 이렇게 예쁜데,응, 함부로 흘리고 다니면,


"아, 아아...흐...주은차아안...!"


말과 숨이 턱턱 끊긴 채 백건은 숨을 할딱였다. 끼고 있는 안경 렌즈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세차게 흔들렸다. 찻 숨을 뱉는 동안 다물리지 않는 입가로는 침이 뚝뚝 떨어져 턱을 적시고 있었다. 







Posted by 세한(歲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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