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카테고리 없음 2015. 8. 10. 17:24

"...삼촌 안 준다."

"안 먹는다. 안 먹어."

"진짜 안 줄 거야."



 발음조차 부정확한 어린 목소리와 달리 노오란 짐승의 눈은 백훈을 향해 살기를 띠고 번쩍이고 있었다. 아직 떼지 못한 꼬리가 발칙하게도 적개심을 빳빳하게 세우고 있는 것을 보며 백훈은 코웃음을 쳤다. 위계를 아직 모르는 어린것은 이빨과 손톱을 숨기는 법을 몰랐다. 다만 제 몫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아주 당연한 욕심만을 안다. 어린놈은 그래서 백훈이 제 먹이에 손대지 않을 것을 알고도 한참 동안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참다 못해 제 몫을 허겁지겁 물어뜯는다. 이번에도 놈이 가져간 것은 손이었다. 놈은 언제나 잡아온 먹이의 손이나 발 같은 것을 채어갔다. 어미젖을 일찍 떼었다더니, 그것이 못내 한이 된 것처럼 뜯어먹을 살도 별로 없는 것들을 가져다가 웬 종일 깨물고 빨아대는 것이다.


살점을 이빨로 깨물어 뜯어내고 입술로는 빨아물며 한가득 입에 물고도 샛노란 눈동자에선 허기가 가실 줄을 몰랐다. 침을 질질 흘리며 기어코 오도독 소리를 내며 먹이를 뼈 채로 씹어대기 시작했을 때, 백훈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살점이 뜯겨나간 자리에 하얀 뼈대가 보인다. 그러다 더 이상 취할 뼈조차 다 먹어버리면, 녀석은 어미의 젖을 빨듯 제 손가락을 빨며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다 결국엔 애타게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서러운 울음소리는 좁은 동굴 안을 가득 채우고 울려 퍼졌다. 어린놈은 그렇게 울고, 또 운다. 몇 일 밤낮을 울고, 그러다 제풀에 쓰러져 발작하듯 사지를 뒤틀면서도 울며 어미를 찾는다. 목소리는 못내 서럽고 억울했다. 백훈은 차마 외면하지 못한 채 손을 뻗어 우는 아이를 안아들었다.


"이놈아. 그러게 왜 그리 미련하게 굴어. 울지마라, 응? 울지 마."


멍청한 놈이, 저가 버려진 것도 모르고선. 그저 제멋대로 울고, 깨물고, 할퀴면서 성화다. 백훈은 그래서 이 어린것이 무척 싫었다.



Posted by 세한(歲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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